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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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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종희 조회 731회 작성일 23-03-06 12:40

본문

푸켓 여행기(2019.1)

           이종희


 

세상은 넓고 유혹은 많지만 사회생활이 왕성한 나이이다 보니 하던 일에 브레이크를 걸어놓고 떠나는 여행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다양한 직종에 분포되어 있는 친구들과는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떠나도 건강할 때 떠나야 한다는 내 평소 의지는 기어이 동창방 공지란을 채우고 말았다.


3년 후엔 무조건 떠납니다. 떠날 사람만 가입하고 중도 탈퇴 시 불입한 회비는 친구들이 해외 가서 잘 놀고먹는데 보태겠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애경사 시는 전액 환불해 드립니다.

 

처음 환호하던 마음도 무색하게 온순하지 못한 현실을 탓하며 중도 포기한 친구들이 속출했다. 그럼에도 세월은 금방 3년을 지워버렸고 마침내 디데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지방에서 출발하는 친구들이 문제였다. 인천공항까지 왕복 교통편을 알아보고 티켓을 예매해 보내는 등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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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날짜를 한번 변경하면서 약간의 변수는 있었지만, 다행히 우리 친구들의 바람대로 친구들만 떠나는 단독 여행이 되었다. 푸켓 기후와 일정에 맞는 준비물을 여행 단톡방에 여러 번 올렸건만, 어쩌면 삶은  그리도 숨 가쁜 계단을 오르게 해서 정독을 못 하게 하는지... 며칠 전에 50분 넘는 통화기록을 세운 어떤 친구는 여행 떠나기 전날에 또 전화를 했다. “어떤 옷 가져가야 돼?” 하지만 그게 뭔 대수인가? 드디어 우리는 각양각색의 캐리어를 끌고 인천공항에 모이게 되었으니. 

e8b802a2def65b210a7724c83d508806_1678072428_4066.jpg 푸켓이 우리나라보다 2시간 늦여 시차는 별 무리가 없었지만 다소 긴 비행시간이 피곤을 몰고 왔다. 다행히 수많은 여행자를 경험한 가이드는 아침 일정을 조금 여유롭게 잡아주었다. 하지만 쉽게 잠들지 못한 우리는 새벽부터 깨어나 바닷가 산책을 위해 호텔에서 가까운 빠통 해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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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켓하면 자동으로 떠올랐던 에메랄드빛 바다는 아니었지만 친구들은 저 멀리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만 보고도 심심한 농담으로 깔깔거렸다. 그런데 그 해변을 가기 위해 건너야 했던 도로는 우리나라와는 반대였고 건널목도 없다 보니 도로를 건너는 일이 여간 헷갈리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머문 호텔이 다소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수영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투과된 호텔 풀장을 해변에서 보았으니, 우리가 떠나기 전에 즐길 거리 하나를 더 추가하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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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에서 제공한 간단한 조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사이 간밤에 우리를 픽업해 준 2층 버스와 가이드가 도착했다. 한참 동안 내달려 도착한 선착장에서 팡아만을 가기 위해서는 롱테일 보트에 승선해야 하는데, 첫 관문은 직원의 카메라 세례였다. 현상된 사진은 투어를 끝내고 돌아오면 플라스틱 액자에 끼워 놓는데, 구입하지 않는 사진은 다트 판으로 사용한다는 설명을 듣고 몇몇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승선이 마무리되었다.

 

팡아만은 지각변동으로 생성된 15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특이한 모양의 석회암 동굴이 장관이라고 했다. 곡선의 작은 섬들이 다가섰다 멀어지기를 여러 번, 한참 만에 이슬람교 수상 마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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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손님을 동시에 받을 수 있을 만큼 바다 위에 터를 잡은 식당은 넓었고 대부분 이슬람문화가 깊게 배어 있는 말레이시아에서 이주해 온 어부들이라 술과 돼지고기가 금기시된다고 했다. 볶음밥을 비롯해 야채볶음과 새우튀김, 파인애플, 어묵 요리 등 그리 불편한 식사는 아니었다.  비위에 맞지 않아 먹지 못한 친구들에게는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음식도 여행의 일부라 여기며 어지간한 음식은 가리지 않는다. 점심을 먹자마자 출항해서 호기심을 접고 발을 떼기가 아쉬웠지만 하늘빛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바다에 미풍까지 살갑게 다가와 흔드니 마음이 저절로 부풀어 오를 수밖에......

e8b802a2def65b210a7724c83d508806_1678072749_1009.jpg 이윽고 부두처럼 떠 있는 큰 배에 정박해서 작은 씨카누로 이동하고부터 피낙섬과 홍섬 투어는 시작되었다. 파도가 높아 은근히 걱정이었는데, 어린 사공은 우리를 씨카누 뒤로 밀착되게 눕히고는 거칠고 비좁은 동굴 통로를 미끄러지게 했다가 멈추게도 했고, 다시 파도와 한 몸으로 출렁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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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좁은 동굴 통로를 지나자 그 안은 그야말로 딴 세상의 고요가 가득 차 있었다. 감히 들어오지 못한 세속의 소란이 언제 어떻게 있었는지 모르게 청아한 하늘만이 너무도 온순하게 마중 나와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씨카누가 진행되는 곳은 대부분 무릎 높이의 수심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카누가 뒤집어져서 바다에 빠지면 끝장’이겠다며 겁먹던 마음이 살짝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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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동력 씨카누는 1인당 3달러 팁을 지급하고 탑승해야 하는데, 탐험 중 특별대우를 받는 것  같아 도중에 1달러를 더 주었더니 예정에 없는 맹그로브숲 도열 속에 다양한 풍경을 구경시켜 주었다. 그러느라 정해진 시간을 넘겨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게 했다는 사실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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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카누 투어를 끝나자마자 우리가 탄 롱테일 보트는 그 유명한 제임스 본드 섬에 정박하게 되었다. 예쁜 조가비 모빌이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린 민속풍의 상점을 지나자마자 그동안 텔레비전에서나 보았던 못섬 (제임스 본드 섬)이 나타났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사진 찍기에 바쁜데 어느 이국 비키니 여인들은 그 자리가 자기 것인 양 비켜주지 않아 본의 아니게 그들도 못섬의 배경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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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여느 관광지처럼 그곳에도 바가지 상술이 만연했다.  

25달러 달라는 조가비 모빌을 10 달러에 사고는 기분 좋아 롱테일 보트에 오르니 가이드님이 바가지 썼다고 하신다. 내 친구는 그곳 상인이 멋진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주어 고마운 맘에 기념품을 샀는데 4개 10달러면 살 수 있는 팔지를 개당 10달러에 샀다고 했다. 그런데도 못섬을 들어 올린 사진을 보며 돌아오는 내내 싱글벙글했고, 출발 내내 오리발을 매고 다니던 한 친구는 헤엄쳐 못 섬을 터치하고 돌아오는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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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요트를 타고 산호섬으로 들어가는 이튿날엔  다소 깊은 바다에서 하는 스노클링 프로그램이 있었다. 푸켓의 바람과 파도는 고요해서 가이드는 '오늘 축복처럼 날씨가 좋다' 며 기뻐했는데, 먼바다가 가까울수록 크고 작은 파랑의 심술보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스노클링은 중도에 포기했지만, 우리 친구들은 요트에서 바다로 풍덩풍덩 잘도 뛰어들어 기어이 바다와 한 몸으로 파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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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에메랄드빛 바다를 품은 산호섬 품에 안겼다. 그 섬엔 배가 바로 닿을 수 있는 접안 시설이 없어 파란 플라스틱 다리가 길게 이어진 부두에 내려야 했는데, 다리를 건너는 동안 투명하게 속살을 풀어헤친 바다 덕에 예쁜 물고기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그곳에 가 볼 기회가 있다면 더 오래오래 물속을 들여다 보고 싶다. 그런데 한번 스친 햇살은 쉽게 돌아와 손을 내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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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섬에 도착하기 전에 한 친구가 수상 낙하산 티켓을 예약해 두었다. 언제나 말없이 그 자리에 있는 우리의 백그라운드는 사실 언제나 민첩하게 생각하고  우리의 즐거움을 소리 소문 없이 고요하게 이끌어 냈었다. 내친김에 바나나 보트까지 타면서 얼마나 웃고 또 웃었는지... 내가 어느 세월에 그 반짝이는 창공을 날아볼 수 있었고, 그 바다 위를 질주하며 신명 나게 벙글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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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섬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요트에서 경험한 손낚시에서는 정말 고기를 잡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떠나기 전에 멀미약을 먹어야 한다는 가이드 말에 ‘통학을 배로 했다' 라며 큰소리치고는 혼자 멀미에 정복당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뭍(산호섬)에 오르니 살 것 같다더니  돌아오는 길에 제일 큰 고기를 낚아 올렸다. 그렇지만 그 크기는 우리나라 숭어 둘째 자식만 했다고 할까~

요트에서 어느 정도 몸이 마르자 근사한 레스토랑의 저녁 만찬을 위해 여친들은 화장도 고치고 화려한 원피스를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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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껫 섬에 도착한 선착장은 우리의 전용 버스가 있는 곳까지 그냥 걸어가도 될 만큼 짧은 거리였지만 트럭을 타야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늘 함께했던 여행사 사장님도 자신에게 휴가를 주기 위해 이 여행에 동행했다며 우리가 가는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노을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았는데 알고 보니 마리나 푸켓 리조트였고, 그 리조트의 부속 식당이 우리가 갈 온더락 레스토랑이었던 것이다. 예약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일부는 까론 해변으로 향했고, 나와 친구는 리조트 정원 구석구석을 산책하며 사진을 찍었다. 정글을 이룬 정원에 운치 있는 방갈로가 있었고 나름  질서 있게 잘 관리되어 있었다. 카론 비치가 가까워서 그런지 수영복 차림의 남녀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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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좋은 날 바다가 삼킨 해를 목격한 적이 있었다는 여행사 사장님은 해 지는 시간이 다가오자 부산하게 움직이셨다. 계절이 달랐던지 예전에 보셨던 노을 위치보다 많이 벗어나는 바람에 오히려 그분의 아쉬움이 더 큰 듯했다. 

마침내 빠르게 떨어지는 해만큼  분주히 사진을 찍어보시더니 “이 풍경은 사진으로 담을 수 없으니 직접 보는 게 낫겠어요.”라며 식사 중인 친구들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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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은 우리 고향 노을 풍경보다는 못했지만 그분의 마음이 풍경을 끌어와 안겨주는 바람에 탈색되지 않는 그곳의 주홍 물이 지금도 내 가슴에 번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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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시작되기 직전, 우리가 실행했던 친구들과의 여행은 떠나기 전의 무거웠던 마음은 흔적이 없고 여행지에서 담아 온 추억만 새록새록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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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이 천국이고 극락이면 

저승도 천국이고 극락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만약에 그렇다면 

먼 훗날 우리가 다른 어떤 별에 안착 되었을 때 

이 지구별에 두고 갈 푸른빛들이 

그때의 우리 의식을 밝히는 건 아닌지......



행복하세요^^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안개</span>님의 댓글

안개 작성일

애린 후배님 푸켓여행후기 잘 읽었네요
간결하게 자세하게 친구들의 행복한얼굴에서
재미져 죽겠다는 표정이 말하지 않아도 읽을수 있네요
자연경관이 주는 아름다움이 풍성한 먹을거리들
여행을 맛을 더해 줍니다

애린후배의 여행후기를 보니
두모초등 14회 여행도 매우 기대됩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안개언니 맞아요
다 들킬 수밖에 없어요 ㅎㅎ
선배님들 여행 소식에 생각나서
동창방 밴드에 찾아보았는데요
너무 깊숙이 숨어있어 하마터면
미아가 될 뻔했네요 ㅎㅎ
너무 길어 많은 걸 빼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그때는 제 인생에
가장 바쁜 시절이 아니었나 싶어요
선배님들 여행도 분명
웃음의 고통을
고통 없이 느끼다 오실 거예요
많이 축하드립니다♡

오아시스님의 댓글

오아시스 작성일

웃음의 고통을 고통없이 느끼다오라는 애린성 댓글여
ㅎ웃음고통이 오려고해요
~~~함께 여행다녀온듯한 기분입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제가 생각해도 거꾸로 쓴 것 같아요
웃음의 고통은 아프다 말도 못 하는데 ㅎㅎ

<span class="guest">14회</span>님의 댓글

14회 작성일

우리들 가려고 하는데 너무 스포아니요? ㅎ
잼나게 잘 다녀올랍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의 댓글

애린 작성일

설마요 ㅎㅎ
멋진 추억 많이 만들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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