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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자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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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솔고지 조회 55회 작성일 03-03-16 22:39

본문

무지막지 하게 가난한 시절에
먹거리를 찾아 산나물을 뜯으러
솔고지를 자주갔다.
우리엄니는 삶이 힘에 부치시는지
산을 오르며 걸죽한 육자배기를 뽑으신다.

꼬부라진 허리에 지팡이 하나 들고
숨이 턱에까지 차지만 울엄니는
삶을 육자배기에 풀어 놓으신다.
산새소리와 어우러진 엄니의 목소리는 참 슬프다.

통통하게 살이오른 추나물, 가시사이로 새싹이난 두릅
날씬한 참나물, 이름모를 초록잎들이 바구니에 담기면
엄니는 허리를 펴신다.
모녀는 아침태양을 바라보며 산을 내려온다.

엄니의 삶을 그때는 감히 상상도 못했다.
구성진 육자배기가 슬프다는 것 정도 밖에는
어린나이에 엄니딸로서 가자 하시면
어디든 동행 하는것이 효 인줄 알고
그림자 처럼 따라다녔다.
육자배기의 속내를 알지 못한채.......

내나이 이제 불혹을 넘기고 보니
울엄니의 육자배기의 가락을 알것 같다.
구남매의 맏이로서 , 여식만 여섯에다 아들하나 얻어서
주렁주렁 딸린 식구들 먹여 살린다고
그곱던 얼굴에 주름만 남았다.

봄이오면 울엄니는 그곳에 가실것이다.
솔고지를 오르며 산새를 벗삼아
도시의 답답함을 육자배기에 담으실 것이다.
그동안의 궂은일 다 풀어헤치고
새봄에는 건강하시고 좋은일만 있으시길 기도한다.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송고</span>님의 댓글

송고 작성일

고향 냄새가 물씬 풍겨납니다.
송고등이라고 불리었던가?
그곳에 오르면 참으로 하늘이 높았었는데...
님의 글을 보고 있으니
남도의 안타까움이 절로 묻어납니다...

<span class="guest">이선애</span>님의 댓글

이선애 작성일

새봄에는 꼬~오옥 건강하시고 좋은일만 있으시길 서내도 함께 진심으로 기도할께요.
3월 말이면 울엄니 칠순인데...그래도 아직까진 내겐 젊은 엄니로 보이는데 남들은 할매라네요.
남들이 할매라해도 제겐 젊디 젊은 세상에서 제일 젊고 이쁜 울 엄니인것을..
자식된 우리는 아마도 다들 같은 생각이 아닐련지요..

<span class="guest">이종희</span>님의 댓글

이종희 작성일

제 친정 엄마는 내일 모래 상경 합니다.
어쩌면 때 이른 쑥과 나물을
한 아름 안고 오실지도 모르지요.

오늘밤 육자배기 노랫가락은
추적추적 내린 봄비보다
더 깊숙이 이공간을 적시고
제 가슴을 울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span class="guest">이종희</span>님의 댓글

이종희 작성일

구구 절절 인생의 골이 너무 깊어
한참동안 멍했습니다.

하루 종일 내린 봄비를 보며
붉은 동백꽃이 뚝뚝 떨어진 꽃 길을 따라
고향 들녘으로 내달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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