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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모초등학교

봐라! 어메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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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은미 조회 143회 작성일 09-04-1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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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봐라, 어매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

    아가, 어매는 시방 꼬추밭이다.
    해가 참말로 노루꼬랑지만큼 남았다야.
    뭔 급헐 일 있겄냐.
    오늘 허다 못허믄 낼 허믄 되제.

    낼도 행이나 비오믄 놀아서 좋고,
    빛나믄 일해서 좋고.
    요새는 복분자 따러 댕겨야. 돈 삼만완씩 생기는 것도 오지다.
    아, 일헌 사람은 내 일에 재미를 붙이고 살아야제.
    나 혼차만 된 시상이 어딨다냐.
    내가 일헌다, 허고 내 자신헌티도 생색내지 말고
    노는 것 맹키로 살아라.
    어매도 새각시 때사 일이 좋았가디.
    내가 일헌 대로 애기들 입에 밥들어간게,
    일허믄 어쨌든간에 믹인게, 일에 재미를 붙였제.

    꼬추가 참말로 잘 컸어야. 올해는 600주 숭궜다.
    이 놈이믄 니그들 칠남매 짐장허고 양님헐 꼬칫가리는 맹글겄제.
    봐라, 촌에 산게 어매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
    일곱 마지기 농사 지서서 니그들 끄니에 양석 대는 것도 재미지다.
    밥이 보약이어야. 밥을 많이 묵어라.
    아그들도 배가 뽈깡 인나게 잔 믹이고,
    어른들도 밥심 나게 묵고 살아라.
    어매는 항시 잘 챙겨 묵는다.
    요새는 묵은지가 질로 개안허니 맛나드라.  

    어매 혼자 있다고 거석헌 생각 말어.
    나는 한나도 안 심심허다.
    밭에 나오믄 천지가 다 내 벗이여. 항!
    밤으로는, 어짤 때믄 니그 아부지 사진 쳐다본다.
    지비는 거그서 핀안허요 어짜요, 물어본다.
    생전 넘 괴롭게 안허고 산 냥반인디 핀안허시겄제. 

    앞으로 옆으로 우애허고 살아라.
    어매는 이날 평상 넘 허고 다툴 일이 없드라.
    저 사람이 조깨 거석허믄 내 맘을 쪼깨 접으믄 되야.
    혹간에 나쁜 맘이 들라 그러믄 ‘꿀떡’ 생켜불어라.
    그라제, 꿀떡 묵는 것맹키로.
    내가 좋으믄 저 사람도 좋은 것이여.
    내가 웃으믄 저 사람도 웃는 뱁이다.
    앞에 옆에가 모다 내 거울이여.

    그라고 아가, 여그 잔 봐야.
    여그가 내 금고다. 시숫대야 속에다 중헌 것을 다 너놓고 댕긴다.
    빈 몸으로 후적후적 밭에 댕긴께 참말로 핀해야.
    늙어진께 요라고 꾀가 는단마다. 머리가 더 좋아진개비여.
    하이고, 참말로. 내가 말해놓고 내가 우솨 죽겄네.

    “봐라, 어매는 이라고 재미를 본다”
    고향에서 온 편지-전라도닷컴
    ⓒ 김태성 기자 

    장성군 북하면 월성리에서, ‘용강떡’ 윤순덕(78) 어르신.
    남인희 받아씀. 사진=김태성






     

댓글목록

<span class="guest">주은미</span>님의 댓글

주은미 작성일

너무나 정겨운 글이기에 퍼왔다.^^
친구들 다들 잘지내냐? 뒷산 앞산 꽃구경들 다들 다녀들 오셨나...... 요번주 다녀올까
하는디 서방께서 어디로 데리꾸 갈려나 몰겠다. 주말잘들 보내셔..???

<span class="guest">^^...</span>님의 댓글

^^... 작성일

ㅎㅎㅎㅎ~
참으로 정겨운 여기선 글이고..
우리가 들었던 말과 비슷하다. 그래도 우린 여보다 사투린 덜 썼던거 같은데..
아닌가?
은미야~ 잘지내지?
덕분에 어머니의 정겨운 목소리를 들은거 같아 기분 좋다.
좋은데 구경하면
사진도 올리고 그래~
알았지!!

<span class="guest">동백나무</span>님의 댓글

동백나무 작성일

우리 고향 마을의 고추밭 배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정겨운 풍경이다...........
우리네 부모님들의 마음과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가 귀가에서 맴도는 것 생생한 글이네....
그래도 이곳에 들러 좋은글과 사진 남겨주는 친구들이 있어 우리의 동창모임이 더 정겨운 것 같다............
지천으로 널려있는 꽃 구경 잘허고,,,,,
좋은 사진있으면 한컷 올리고,,,,,,,다른 친구들도 모두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지천 가득한 사월의 꽃처럼 풍요로운 하루하루 보내길...................

<span class="guest">경순</span>님의 댓글

경순 작성일

울 오매가허는소리맹기로 가슴팍.....
와다불그만~~~짚어가는밤 니가올려준사연 읽으면서
저번주에 본 오매가 또 보고잡다 니는 장사는 잘허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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