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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금오도


엄니의 육자배기(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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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개 조회 694회 작성일 24-03-2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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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나 언능 일어나 봐라, 해 뜨기 전에 갔다 오자


아가, 언능 일어나~~"


정수니 눈꺼풀이 붙어서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나 앉으며


"엄니, 아직 껌껌한디, 아직 날 샐 라면 당당 멀은 것 같은디 어디를 가자고 그러는가?"

 

"잉 얼른 옷 입고 엄마랑 같이 솔고지 갔다 오자. 지금 쯤이면 산나물들이 이쁘게 올라 왔을 것이여


해 올라 오기전 언능 갔다 와서 밥해 묵자. 


오늘은 태진이네 쪽으로도 한번 훑고 와야 할 것 잉께 서둘러야 것다. 


거기 가면 고사리하고 취나물이 많어 금방 한쿠리 채워서 올 것이여


언능 서둘러야 잉"


울엄니는 대식구들의 끼니 걱정에 동도 트기전 어린딸을 앞세워 솔고지 몬당을 오르신다 

도토리 마른 잎사기들이 미끌거려 조심 조심 헤치고 오르는 사이

새벽을 깨우는 새들의 지저귐은 마치 천상의 소리로 우리 모녀를 환영한다.

때 마침 숲속 요정들도 부산하게 숲을 깨운다.

 솔고지 몬당은 가파른 경사로 금방 숨이 차오른다.


게다가 낙화된 솔잎과 도토리 (상수리) 잎으로 길이 보이지 않아 미끄러워 지기 쉽상인데 

넘어지면 오르던 길을 데굴거려 저만치 나가 떨어지니 다칠 염려도 있어 여간 조심해야 한다. 

특히 하산 할때는 온갖 신경을 발끝에 모으고 내려 와야 하기에 평지에 다 달으면 두다리가  심하게 떨리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솔고지 몬당을 오르다 보면 두곳의  쉰동이 나온다. 숲속에 동그랗게 터를 잡아 팡팡하게 넓은 바위를 서너게 앉혀 놓고 쉴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솔고지 몬당을 오르다 숨이 가프거나 다리가 힘들거나 짐이 무거울때 잠깐실 짐을 내려놓고 땀을 식히며 숨을 고르는 곳이다. 

잠시 앉아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낮 익은 

엄니의 육자배기가 가슴 속으로 들어 온다.

마을 콩쿨대회 나가서 1등한 실력을 딸 앞에서 뽐내시는 엄니

아니 세상 한풀이를 풀어 내시는 엄니의 육자배기는 구성지다 못해 슬프다.


"엄니, 엄니육자배기는 어디서 나오는가?"


"뱃 속에서 나오지"

"근디 어디서 배워서 하는 소리 단가?"


"아니여 혼자서 하는 소리여, 선생들이 하는 소리를 듣고 혼자서 해보면 이런 소리가 나~"


" 참으로 듣기에 좋으네~"


엄니의 육자배기를 들으며 솔고지 정상에 오르면 산 너머 먼바다 끝 지평선으로 부터 이글 거리는 태양이 솟아 오른다.

태양의 붉은 기운이 모녀를 덮고 산등성이에 어둠을 걷어 낸다.

나는 솔고지 정상에서 받는 붉은 기운을 참으로 좋아 했다.

뱃속 부터 차 오르는 붉은 기운이 온 세상으로 뻗어 나가는 형용할 수 없는 힘에 찬 기운 이였다 .

붉은 정기를 받은 모녀는 

산속을 기어다니며 봄나물을 채취하여 얻은 수획물을 가지고 태진이네로 갔다.


원래 금오도는 취나물이 많이 자생하여 어디를 가든 쉽게 만나는 나물이지만

태진이네 집 주변에서 자생하는 취나물은 유독 윤기가 흘러 반질 거리며 빛나고 있었다.


"엄니, 태진이네는 산속에서 홀로 사는데 겁나지도 않나 보네

근디 태진이네 집에는 서양염소를 키우고 있어 우유도 먹고 뱀도 잡아서 묵는다고 하든디 

어디서 키울까 잉"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없는디~"


나물을 채취하고 태진이네 집을 구경하던 나는 

태진이네 집 주변을 살펴 보아도 우리 집에서 키우는 닭과 돼지 뿐 특이한 동물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뒤안에 이쁜 샘이 있고 샘에서 부터 도랑으로 흐르는 맑은 물에 넋을 놓고 있었다.

우리 집에도 이렇게 이쁜 샘이 뒤안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날마다 남으 집으로 물길러 다니지 않아도 되고, 밥 할 물이 떨어져도 야단 맞을 일이 없고 멀리 나가 빨래터에서 빨래하지 않아도 되는 사시사철 철철거리며 흐르는 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마냥 부러워 하다 태진이 엄니가 내어준 고구마를 먹는둥 마는둥 하였다. 

태진이네는 먹을 거리가 풍성 하였다.

인심 좋은 태진이 엄니는 우리가족의 사정을 잘 아는 터라 엄니와 내가 가면 언제든지 먹을거리를 내주셨다.

인정 많으시고 고마운 분이셨다.


엄니의 육자배기는 우리집 가사 노동가에서 부터 농사일에도 저수지댐 공사에도 빠지지 않고 불러 주는  주민의 노동가로 인기 만점 이였다.

엄니는 요즘 섬에 계신다

가금씩 막걸리 한잔 드시면 장구채를 잡고 육자배기를 하신다.

예전 같은 실력은 아니지만 장구채를 잡고 육자배기 한소절 뽑으시는 엄니가 계서 감사하다. 


"정수나 이 엄니가 육자배기 하나 해볼가나~"


"그러소, 얼시구 엄니 맘대로 뽑아부러~"


 

 





댓글목록

안개님의 댓글

안개 작성일

처음 접 하는 소설

하여간 끄적여 봅니다.

하다보면 될 수도~~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

미리 작성일

초포가 친정이신 여수 사시는 우리 작은 어머니께서도 잔치 때면 장구를 치시며
잔치 마당 흥을  돋우시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 쪽 분들은 전라도 서남단쪽 분들처럼 예술적 감성을 타고 나셨나봅니다.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미리님^^

초포에는 소리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장구도 잘 치시고~

흥이 많은 건지, 예술적 감성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어릴적엔 흥미로운 구경을 많이 했습니다.

<span class="guest">애린</span>님의 댓글

애린 작성일

솔고지가 어떤 곳인지 집적 가보고 싶어 지네요

우리 동네도 소리를 잘하신 분이 계셨는데

그분의 친정어머니, 

그 할머니는 제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제가 너무 어려서 그 모든 말씀을 

다 기억할 수 없는 게 너무 안타까운데

모든 말씀에는 와르르 무너지는 돌담 같은

감정이 있다는 거예요.


그 무엇보다 늦기 전에 

금오열도 문예지 발간해야  것 같아요  ㅎㅎ

요즘 우리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들 보면

어지간한 문예지보다 뛰어나요.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애린님^^

저같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해 부족인 사람은 

글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요

장르가 뭔지도 문맥이 뭔지도 모르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표현하는 

무지한 사람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span class="guest">요산요수</span>님의 댓글

요산요수 작성일

오래전 이 홈에 어떤분이 쓰신 글에서

영화 서편제에 나오는 돌담길 비슷한게 있단것 같던데 

혹시 솔고지 그쪽이 아닌지...


당장 작가로  대뷔해도 손색없는 좋은글입니다.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요산요수님^^

분무골 가는길에 예쁜 돌담이 많이 있습니다

분무골 안골은 

금오도에서 가을 단풍이 절정에 이르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단풍을 본적이 없는 곳 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숨어 있습니다.

솔고지는 초포에서 분무골을 지나 

대부산과 안골 사이로 올라 정상을 솔고지라 합니다

그넘어가 송고입니다.

송고마을이 본래는 솔고지였다고 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심 감사합니다.


<span class="guest">남사</span>님의 댓글

남사 작성일

정말 좋은 글입니다.

눈앞에 영상들이 펼쳐집니다.

이러한 글들을 계속해서 모으면 좋은 소설이 될 거 같습니다.

지속적인 연재 부탁 드립니다.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지속적인 글이 가능 할라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근디, 도전은 해 볼라요

좋은 글이라고 하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지만

금오도 내고향 홈페이지니 가능 한 것 같아 감사하고 있습니다.


<span class="guest">미리</span>님의 댓글

미리 작성일

송고를 솔고지라 합니다.

아마 송고 넘어가는 고개 아닐지요.

안개님이 오셔야^^

안개님의 댓글의 댓글

안개 작성일

똑똑한 울미리님 말이 찰떡 입니다.

언제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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